인간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동아 마라톤

1908년부터 2008년까지. 마라톤 세계기록은 50분 이상 단축됐다.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때마다 과학자도 인간한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908년 존 하예스(미국)가 마의 3시간 벽을 넘은 이후 1925년 알버트 미첼슨은 2시간30분벽을 깼다. 한국의 손기정 서윤복 역시 1935년(2시간26분42초)과 1947년(2시간25분39초) 세계기록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지만 1967년 데렉 클레이톤(호주)이 2시간 10분의 한계를 넘어선 후에는 기록단축의 페이스가 떨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2시간 4분대는 넘을 수 없는 한계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2008년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6․에티오피아)는 2시간 3분 59초로 결승선을 끊으며 20년 전, 과학자들의 주장을 무력화시켰다. 100m를 17.69초에 달리는 놀라운 속도였다.

 

미국 켄터키주립대 학자들은 날씨, 코스 등 외부적 조건과 마라토너의 스피드, 지구력, 피로도 등 내부적 요인을 최적상태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 57분대에 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00m를 16초63에 달리는 속도다.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 육상을 담당하고 있는 성봉주 박사 역시 “1시간57~58분대를 한계로 본다”고 밝혔다. 단, “현실에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이봉주(38)를 지도했던 삼성전자 육상단 오인환(50) 감독은 “2시간 벽을 깨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스피드가 강조되는 현대 마라톤의 흐름 때문이다. 오 감독에 따르면 35km에서 마라톤의 승부가 난다는 것은 옛말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상위 입상선수들은 초반 5km부터 속도를 냈다. 게브르셀라시에와 베이징올림픽 우승자(2시간6분32초) 사무엘 카마우 완지루(22․케냐)는 5000m와 1만m 선수였다. 트랙 중장거리의 스피드를 유지해야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증거다.

 

‘기획 코스’도 기록단축에 한 몫을 한고 있다. 게브르셀라시에가 2년 연속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베를린마라톤의 코스는 0m에 가까운 표고차와 양질의 노면으로 유명하다. 오인환 감독은 “마라톤에 가장 적합한 10℃ 안팎의 기온이 유지될 때(9월) 대회를 열고, 처음 20km는 내리막에 가까워 좋은 기록이 나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완지루 등 동아프리카 선수들이 기록경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덴마크코펜하겐 대학의 벵트 샐틴 교수는 “동아프리카인들은 심한운동을 해도 유전적으로 근육에암모니아(피로물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인구300만 명에 불과한 케냐의 카렌진 부족출신 선수들은 세계중장거리를 석권하고 있다. ‘케냐의 유혹’의 저자 이승휘에 따르면 케냐에는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가 마라톤을 해도 3시간 이내에 들어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들에게 마라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는 지금도 재능과 근성을 겸비한 어린 선수들이 마라톤화를 신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회사들의 지원으로 동아프리카에 육상아카데미가 늘어나고 있어, 기록단축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영희 |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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