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아베베, 역사상 최고의 마라토너

 동아 마라톤

역사상 최고의 마라토너는 누구일까.

 

발군의 철각(鐵脚)들이 끊임없이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는 마라톤 종목에서 최고의 선수를 고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 불멸의 업적을 남긴 ‘그’를 최고로 꼽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많지 않을 것이다.

 

  ‘맨발의 전설’ 비킬라 아베베(에티오피아).

아베베는 올림픽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당시 세계 최고 기록으로 두 번 연속 우승을 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업적인데 여기에 운동화도 신지 않은 맨발로 42.195㎞를 달려 1위로 골인했고 또 한번은 맹장 수술을 한 지 한 달 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초인적 힘을 과시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이 대회 마라톤 우승자는 28세의 에티오피아 청년 아베베였다. 아베베는 69명이 출전한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15분16초라는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당시로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 대회 4년 전인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마라톤 우승 기록은 2시간25분이었고 어느 마라톤 대회에서도 20분벽이 깨지지 않던 때였기 때문이다.

 

기록도 기록이려니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아베베가 맨발로 완주를 했다는 것. 아베베는 골인 직후 “나는 맨발로 뛰는 것이 훨씬 편하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은 나에게 조금도 먼 거리가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한번 뛰라면 또 뛸 수 있다”며 기염을 토했다.

 

운동화를 신고 훈련을 했던 그가 정작 본 경기에서 맨발로 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알려진 바로는 아베베의 모국인 에티오피아가 로마 올림픽의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의 군대에 의해 25년간 강제 점령을 당한 적이 있어 이에 대한 한풀이로 맨발로 달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마라톤 우승으로 에티오피아의 영웅이 된 아베베. 하지만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는 병마(病魔)가 찾아왔다. 대회 개막 불과 한 달여 전 맹장수술을 해야 하는 시련을 당한 것. 그렇지만 아베베가 누구인가. 수술 후 2주 만에 훈련을 재개한 그는 도교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아베베는 도쿄 올림픽에서도 2시간12분11초의 당시 세계 최고기록으로 우승, 최초의 올림픽 마라톤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아베베 이후 발레마르 키에르핀스키(옛 동독)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두 번째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키에르핀스키가 두 번째로 금메달을 차지한 모스크바 올림픽은 개최국인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침공한데 항의해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마라톤 강국을 포함한 20개국이 출전하지 않는 반쪽 대회였다.

 

아베베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36세의 그는 우승 목표보다는 후배인 마모 웰테의 페이스메이커를 떠맡고 나섰고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며 웰테가 우승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내 다시 한번 올림픽 마라톤 월계관을 조국에 바쳤다.

  아베베는 불굴의 사나이였다. 그는 1969년 에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 충돌사고를 일으켜 하반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베베는 포기를 몰랐다. 비록 휠체어를 타야 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양궁 선수로 변신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한 장애인대회에 출전한 것.

 

이처럼 초인적인 삶을 살았던 그도 1973년 10월 25일 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끝내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였던 그의 장례식에는 6만 명이 넘는 에티오피아 국민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권순일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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