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참가기 6
해외 마라톤2008년 현재 현재 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은 2007년 9월30일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2시간4분26초. 100m를 평균 17.69초로 달린 셈이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는 40대 남성이라면 전력 질주해도 100m를 17초대에 주파하기 어렵다. 운동장에 나가서 측정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마스터스들은 목표 페이스대로 달리기 위해 때때로 페이스 차트를 손목에 붙이고 달린다. 3시간10분이 목표라면 1㎞ 4분30초, 5㎞ 22분31초, 10㎞ 44분2초, 15㎞ 1시간7분32초… 이런 식으로 5㎞ 구간 간격으로 목표 시간을 적은 작은 종이를 손목에 붙인다.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시계를 보며 지금 스피드가 빠른지 느린지 점검한다. 길옆에는 1㎞마다 거리 표지판이 붙어 있다.
마라톤용 시계는 1㎞마다 또는 5㎞마다 일정 간격의 ‘랩(lap)’ 타임을 측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레이스를 마치고 랩 타임을 분석하면서 어느 구간에서 속도 조절에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마라톤 시계에도 첨단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진화한다.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는 심박계가 붙은 고급 제품이 있다. 위치 추적장치(GPS)가 부착된 시계를 차고 달리면 위치, 달린 거리, 달리는 속도 등을 훤히 알 수 있다. 30만원이 넘는 고가 첨단 제품이 즐비하다.
보스턴 대회에서는 거리 표시가 마일 위주로 돼 있다. ㎞ 단위의 미터법에 익숙한 한국인으로는 불편하다. 초반부에는 ㎞ 표지가 보이더니 후반부에는 마일 표지만 보인다. 42.195㎞가 26.2마일인지도 여기 와서야 알았다. 0.2마일은 385야드라고 한다. 화씨 기온을 쓰는 미국 날씨예보도 섭씨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불편하다.
“키스 미” 외치는 웰슬리 여대생
20㎞ 지점을 막 통과할 무렵 먼발치에서 소프라노 함성이 들려온다. 곧 웰슬리 여자대학생들이 나타날 모양이다. 미국 최고의 사립 여자대학인 웰슬리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한 명사를 다수 배출한 명문학교다. 한국인으로서는 정몽준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가 이곳 졸업생이다.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딸인 김영명씨는 어린 시절에 외국 생활을 해서 별 어려움 없이 명문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정 의원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다녀 보스턴에 몇 년 체류한 적이 있다.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도로 오른편에서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들 뒤에는 언덕에 붉은 벽돌로 지은 웰슬리 대학 캠퍼스가 보인다. 갖은 격문을 써붙인 피켓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른다. 웰슬리 여대생들의 전매특허가 되다시피 한 전통적인 격문 ‘오, 내게 키스해요(Oh, Kiss Me!)’가 눈에 띈다. ‘달림이들은 내 애인(Runners are my lovers)’라는 핑크빛 격문도 보인다.
실제로 미국인 남자 몇몇은 여대생에게 달려간다. 그들의 뺨에 대학생들은 가볍게 입맞춤을 한다. 어떤 남자 러너가 다가가자 여학생 서너 명이 그를 둘러싸고 포옹한다. 여대생들 앞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어 밀착 포옹은 곤란하게 돼 있다. 한국인 가운데 보스턴 대회에 다녀온 남자들이 흔히 자랑하는 “키스와 포옹 세례를 수없이 받았다”는 무용담은 다소 과장된 것임을 알았다. 보스턴 대회 때 학생 대부분은 기숙사에서 나와 응원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여대생들 앞이라고 무리하게 달리다간 오버페이스하기 쉽다.
웰슬리 여대생들의 응원 목소리가 사라지자 하프 지점(21.0975㎞)이 나타난다. 길 양쪽, 건물이 서 있지 않은 곳엔 메타세콰이어, 은사시나무, 히말라야시다 등 높다란 가로수들이 서 있다. 삼림 속 터널을 달리는 기분이다. 30㎞ 지점이 가까워오자 뉴튼이라는 마을이 나타난다. 왼쪽에 우드랜드 컨트리 클럽이라는 골프장이 보인다. 골프장의 녹색 잔디와 파란 하늘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오른쪽엔 뉴튼 소방서가 자리 잡았다. 덩치가 큰 소방차 여러 대가 보인다.
도로 주변에는 여전히 마을 주민들이 끊임없이 나와 응원 구호를 외친다. 주민들이 들고 나온 먹을거리 종류가 다양해진다. 오렌지, 바나나, 물, 초콜릿, 사탕, 쿠키 등을 나눠주기 위해 손을 뻗는다. 특히 어린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든 초콜릿을 받아가면 그 자체가 몹시 기쁜 모양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주는 먹을거리가 많으니 대회 주최 측에서는 물, 스포츠 음료, 파워젤만 제공한다.
물과 스포츠 음료를 담은 컵은 용량이 한국 마라톤 대회에서 주는 것보다 3배가량 큰 것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1회용 종이컵을 사용한다. 끈적끈적한 파워젤은 고농축 당질 제재로 달콤한 맛이 난다. 7~8㎝ 길이의 비닐봉지에 들었으며 상단부를 뜯어 빨아먹도록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마라톤 대회장 입구의 행상들이 3개 5000원에 판다. 보스턴에서는 30㎞ 지점에서 무료로 나눠준다. 파워젤을 먹으면 허기가 사라지고 에너지가 보충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는 20㎞ 이후에는 5㎞ 지점마다 바나나, 초코파이 등이 주로 제공된다.
(계속)







